국내 스타트업, 누가 뜨나
HDC현산 사내벤처 ‘웍스메이트’
일용직 54만명과 건설사 직접 연결
사실 그동안 국내 건설산업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스타트업의 요람인 대학에서조차 건설 스타트업은 5%도 채 안된다. 하지만 그 5% 안에는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지원하면서 묵묵히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건설 스타트업들이 존재한다.
드론 플랫폼 스타트업 엔젤스윙은 현장 가상화부터 토공량 측정까지 한꺼번에 수행하는 ‘드론 매핑(mapp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엔젤스윙은 네팔 지진 현장과 서울 쪽방촌에서 재난용 3D 지도를 만들던 소셜벤처에서 강력한 드론 데이터 플랫폼을 갖춘 콘테크(Con-Tech) 기업으로 변신했다.
2016년 창업 후 드론 측량의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꾸준히 높이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는 “레이저 스캐너가 땅을 기어가는 ‘개미’의 시선이라면, 드론은 하늘을 나는 ‘새’의 눈을 제공한다”며 “엔젤스윙은 기술을 통해 산업과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에스아이엘(GSIL)은 터널ㆍ지하 등 밀폐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안전관리 플랫폼 회사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통신이 어려운 건설현장의 근로자 위치정보와 함께 진동, 수위, 화재, 유해가스 등 각종 위험요소까지 알려준다. 이 기술은 삼성반도체 공장, 당진∼평택 해저 전력구, 장항선(3공구) 등 터널과 지하철, 플랜트 현장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베트남 롱손, 멕시코 발전소 프로젝트 등 해외에도 수출했다. 이정우 GSIL 대표는 “세월호 희생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년 공사현장에서 사망하는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5년 설립한 큐픽스는 3D 디지털 트윈 플랫폼 회사다. 아파트 내부를 3D 가상현실(VR)로 보여주는 직방의 ‘VR홈투어’가 대표 기술이다. 이 회사는 최근 아파트 건설현장을 3D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웍스(WORKS)’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웍스는 관리자가 가상 현장을 걸으면서 공사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설계 도면(2Dㆍ3D)과 실제 현장을 비교할 수도 있다. 현장팀과 사무실팀이 한 공간에서 서로 의견과 자료 공유도 할 수 있다. 프로젝트 현장을 주기적으로 기록해 재작업을 줄이고, 시공 분쟁도 예방해준다.
엑사로보틱스는 AI(인공지능) 로봇 시스템을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에 전면 도입해 임대 수익률을 높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스타트업을 표방한다. AI 로봇이 요리, 세탁, 쓰레기 처리, 헬스케어, 방역 등의 비대면(Untact)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빌딩 솔루션이 대표 상품이다. 부동산 시행 전문가인 이정근 대표가 지난 2월 창업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홍보관은 한화리조트 등 업계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만간 국내 1위 숙박 애플리캐이션 야놀자와 손잡고 서울 논현동에 창업 점주를 위한 로봇시스템을 갖춘 쇼룸을 열 예정이다.
대기업 그룹사의 사내 벤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웍스메이트는 HDC현대산업개발의 1호 사내벤처로, 건설 인력시장의 ‘카카오T’를 꿈꾼다. 건설인력 중개 모바일 플랫폼서비스 ‘가다(GADA)’는 건설 일용직 54만여명과 종합건설사 1만2000여개, 전문건설사 4만여개를 직접 연결해준다. 토목엔지니어 출신인 김세원 대표는 “좋은 건설 일자리를 믿을 수 있는 근로자에게 연결한다(Get A Decent job AltogetherㆍGADA)는 회사 슬로건처럼 건설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상생하려면 건설인력시장에 새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공식 론칭한 ‘가다’는 단기간에 수도권 600여개 현장과 근로자 2600여명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포스코도 첫 사내벤처 출범이 임박했다. 포스코의 사내벤처 제도 ‘포벤처스(POVENTURES)’ 1기에는 이동형 학교 모듈러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 11개팀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인큐베이팅 기간을 거친 후 연내 창업 전선에 나설 예정이다.
창업 10여년 만에 빛을 보는 ‘늦깎이’ 스타트업도 있다. 2008년 창업한 건설IT기업 창소프트는 철근, 거푸집, 마감공사 등에 대한 자동 상세 모델링 솔루션 ‘빌더허브(BuilderHub)’를 서비스한다. 건설현장의 작업반장 업무스타일까지 꼼꼼히 조사해 옵션에 반영한 ‘시공 친화적 BIM’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매진한 결과 주요건설 30여곳, 설계사 50여곳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김은석 대표는 “그동안 상당수 BIM이 그림은 참 멋진데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시공상세기능이 부족했다”며 “빌더허브는 단순 모델링(3D)을 넘어 공사 시간(4D)과 비용(5D)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토종 솔루션으로,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기사입력 2020-10-15 05: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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