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노가다’로 불리는 건설 현장 일용직 구인구직 시장에 변화가 포착된다. 그간 일용직 노동자는 이른 새벽 인력사무소에서 당일의 일감을 찾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으나,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간편 일자리 매칭 시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웍스메이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건설 인력 구인구직 서비스 ‘가다(GADA)’가 그 주인공이다. 웍스메이트는 HDC그룹 사내 벤처 공모를 통해 올해 4월 탄생한 스타트업으로 아직 소규모지만 삼성물산, HDC현대산업개발에서 20년 간 건설 현장일을 경험한 김세원 대표를 비롯해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합심했다.
▲ 김세원 웍스메이트 대표. 출처=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는 12일 김세원 웍스메이트 대표를 만나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민과 문제 해결을 위한 가다의 서비스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건설사와 근로자, 모두 불안한 건설 현장
김세원 대표는 건설 현장 관리자로서 일용직 근로자들과 함께하며 여러 문제의식을 느꼈다. 기존 고용체계에서 건설사는 인력 부족과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를 빈번하게 겪어야 했고 일용직 근로자는 매일 고용불안과 근로 비효율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들과 어우러져 삽을 잡고 포대를 나른 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소주 한 잔을 털어넣으면서도 떨쳐내지 못한 고민이다.
이런 문제들은 건설 현장에 일용직 근로자가 투입되는 과정에 따라 다소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건설 현장에는 잡무를 처리해주는 일용직 근로자가 필요한데, 이들의 경우 상황에 따라 필요 인원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건설사는 인력사무소를 통해 그때그때 필요 인력을 수급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어둑한 새벽 4시께부터 인력사무소로 모이는 이유다. 인력사무소는 당일에 모인 근로자들을 건설사들로부터 받은 요청에 따라 임의로 각 현장에 보낸다. 이 과정에서 근로시간 외 대기 시간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일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 대표가 ‘비합리적 상황서 기회를 포착하는 순간’이다. 김 대표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늘 다음 일자리에 대한 걱정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 김세원 웍스메이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임형택 기자
물론 건설사도 속이 편하진 않다. 일부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제3의 장소에서 몸을 다쳤음에도 근무지에서 다쳤다고 주장하며 산재처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현장에선 근무 전 아침 체조를 진행하는데 몸을 푸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상은 근로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일 정도”라고 밝혔다.
인력사무소가 건설 현장에 보내준 인원이 기대에 충족되지 않는 점도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10명의 일용직 근로자를 보내 달라고 해도 다음날 그에 못 미치는 인원이 오거나, 수에 맞춰 오더라도 일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닌 분들이 오는 경우도 빈번해 늘 인력 부족 문제를 겪었다”고 말했다.
“가다, 새벽에 안 나가도 돼 좋아”
웍스메이트는 모바일 플랫폼 가다를 통해 건설사와 일용직 근로자가 겪는 문제 해결에 나섰다. 건설사가 가다에 구인 공고를 올리면 구직자가 모바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매칭은 근로 전날 확정되기 때문에 근로자는 현장으로 바로 출근하면 된다. 노임은 계좌를 통해 당일 지급된다.
근로자는 새벽에 직접 일감을 알아 봐야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건설사는 미리 확정된 근로자 수와 경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가다는 관리자들의 근로자 평가와 근로자들의 경력 사항 등 주요 데이터를 축적해 최적화된 매칭을 도모한다.
지난 8월 현장 공고를 시작한 뒤 긍정적인 사용 피드백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근로자들에게 새벽부터 일감을 구하러 나가지 않아도 되어 아주 좋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일감을 주는 인력사무소 소장의 눈치를 안 봐서 좋다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건설사에서는 당일 아침마다 인력 배치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점이 언급되고 특히 젊은 일용직 근로자가 늘어나 좋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웍스메이트에 따르면 현재 가다는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한 20~30대의 젊은 회원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오랜 관행처럼 여겨지는 횡령 문제인 이른바 ‘노임 삥땅’과 관련해서도 좀더 투명한 관리가 가능할 전망이다. ‘노임 삥땅’은 관리자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의 수를 실제보다 늘려 기입하는 방식으로 회사 돈을 횡령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김 대표는 “민감한 문제긴 하지만 건설사에 서비스를 소개할 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면서 “가다는 노무관리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이용자 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김 대표는 건설사 문을 두드리며 가다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첫 현장 공고를 시작한 8월 기준 20여개의 종합·전문 건설사와 협약을 마쳤다. 앱 다운로드 수는 현재 1000건을 넘어섰는데, 최근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해졌다.
물론 갈 길은 아직 멀다. 회사 규모도 작은데다 모바일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반발과 직면할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와 가다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김 대표는 “현재는 보통 인부를 중심으로 매칭하고 있지만 추후 기능공에 대한 매칭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포인트 제도 등을 통한 건설 용품 구매 등 서비스를 이용해주는 근로자에게 보답할 방안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현수 기자 | hyunsu@econovill.com | 승인 2020.10.13 08:25:19